PROLOGUE

인적이 드문 카페.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뉘엿뉘엿 지는 해가 오렌지빛 꼬리를 길게 늘어트린 시간이었다.

한 여자와 마주 앉은 계숙은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진 탓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시나몬 향을 맡으며 계숙이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이대로 대가 끊어지게 둘 수는 없지.’

계숙이 고개를 들자, 말간 얼굴로 절 보는 여자가 죄책감을 안겼다.

이제 고작 21살. 이 어린 여자를 상대로 이게 잘하는 짓일까, 라는 의미 없는 고민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계숙은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아들에 이어, 하나뿐인 손자까지 잃을 순 없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죠?”
“아닙니다.”
“그때, 미술에 대한 해원 학생의 열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답니다.”

얼굴을 붉힌 해원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내가 해원 학생을 후원하고 싶어요.”
“후원이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가난이 부끄러운 듯 입술을 감쳐무는 해원을 보며 계숙은 찻잔을 들어 마른 입을 축였다.

“하버드의 미술사학과가 가장 명성이 높은 곳이죠.”

해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계숙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원한다면 내가 추천서를 받아주죠, 유학에 필요한 비용과 생활비까지 모두 책임져 줄게요.”

말없이 눈만 깜빡이던 해원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제 열의만 보고 후원을 결정하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해원이 긴장감이 역력한 얼굴로 작게 숨을 내뱉곤 말을 이었다.

“제게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계숙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말했다.

“내 손주와 결혼해 줘요.”

해원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이 대화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2주일 전.

1.

“여기! 여기 찾았습니다!”

아득하게 들리는 외침을 끝으로 태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