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빠, 여기서 뭐해?"

이령은 현재 제 남자친구. 아니, 이제 남자친구였던 이의 바람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새학기 개강 바로 전 날에.

이름도 모를 여자와 팔짱을 끼고 모텔에서 걸어 나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여기가 친구 아버지 장례식장이야?"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나타나자, 이령에게 오빠라 불린 이는 한껏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곧 전남자친구가 될 그의 곁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를 보고 있으니, 울컥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령아 그게 아니라, 내 말부터 들어봐."
"무슨 말? 오빠가 나한테 더 할 말이 있어?"
"오해야 이령아. 네가 오해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오해라니. 분명 어젯밤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2주년 기념으로 예약했던 레스토랑도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취소했다.

이게 오해라면 어제 통화한 사람은 앞에 서 있는 남성이 아니라 어디 구천을 떠돌던 영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요새는 영혼이 대신 전화도 받고 말도 하나보다.

"됐다. 우리 그만하자."
"이령아, 서이령!"

이령은 제 손목을 세게 붙잡은 그의 손을 그 어느 때 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저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그녀의 손과 손가락을 만졌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찬영 오빠, 박찬영."
"어어. 이령아 말해."

간밤에 다른 여자랑 뒹굴었을지도 모르는 그 더러운 손으로 제 손목을 붙잡은 것도, 뭘 했는지 모를 그 입에 제 이름을 올리는 것도. 죽도록 싫어졌다.

"그 입 찢어 버리기 전에 닥쳐."

단 한 번도 제게 욕을 한 적도, 말을 이토록 세게 한 적도 없어서 놀란 찬영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손아귀의 힘을 서서히 풀 수밖에 없었다.

이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서서 그대로 집을 향한 발걸음을 재빠르게 옮겼다. 가슴이 구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