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모든 게 새빨갛다. 내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전쟁터에서 들리는 환호와 박수, 즐거운 소리까지 붉게 물들었다.

 피처럼 뚝뚝 떨어지며 나를 감싸던 진득한 붉은색.
가슴아플 정도로 어두웠던 붉음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치 장미꽃밭에 있는 것 같았다. 나를 감싼 수많은 장미꽃들. 폭풍같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동시에 탐스럽게 피어있던 장미가 꽃잎으로 허물어지며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아. 그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대가 그랬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내 손을 붙잡은 체레우스의 손이 떨렸다.

"그런데 나, 그거 못하겠어. 그대의 행복에 내가 함께 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의 찬란함에 구원받았던 것처럼, 그대도...."

바닥에 떨어졌던 꽃잎에서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피기를 반복하는 장미가 순식간에 부풀어오르더니, 내 숨을 막았다.

아아, 이상하지.
너무나도 이상해.
나를 조이는 이 찬란함이 싫지가 않다는게.

고개를 저었다.
떨쳐내야 했다.
지금의 감정은 일시적이다.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쟁. 그 안에서 느끼는 착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라페르 뿐이니까.
그 사실을 체레우스도 안다. 하니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도 착각일 게 뻔했다.

"체레우스. 우리 계약결혼, 이제 3개월 남았어요. 그 때까지만 참으면, 당신도 제대로 좋은 사람 만나서-"
"우리의 계약은 끝났다."

체레우스가 싹둑 말을 끊었다. 

"지금부터는 진짜 부부의 삶을 살게 되겠군."

평소와 같은 말투지만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어쩐지 목이 간질간질했다.
이 간지러움을 퉁명스럽게 토해냈다.

"계약, 쌍방일 텐데요? 누구 마음대로 끝났대요? 3개월 뒤에 제대로 끝내야죠!"
"제발 이 계약 없애달라고 말하게 해주지."

말도 안되는 소리에 눈을 치켜뜨자, 체레우스의 눈이 휘었다. 둥글게 휜 눈 밑으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보조개가 패였다, 시원한 입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