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오랜만의 외출이다.
외출이라고 해봤자
현관 밖 한 발짝이 고작이지만.

문 옆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들을 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상자들을 하나씩 안으로 들여놓고 
수거 신청을 해 둔 쓰레기봉투로 그 자리를 다시 채웠다.
한두 달마다 반복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아 맞다 택배 상자도 같이 버린다는 걸 맨날 깜빡하네.’
팬트리에 단백질 셰이크를 채우며 되새겼다.
“택배 박스. 택배 박스”
팬트리에 물건을 채우며 중얼거렸다.
오늘 버리지 않으면
또 한동안 상자 더미와 함께 살아야 했기에 
지금이라도 생각해 낸 게 다행이었다.

팬트리 한 편을 가득 채운 식량들은 
제법 양이 많았지만, 종류 자체는 단순했다.
단백질 셰이크와 멸균 우유, 한 알 샐러드와 영양제.
내가 결론 내린 사람의 필수 구성요소를 충족시켜주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이번에 사 놓은 식량들은 정확히 두 달 치이다.
한 번에 더 많이 사 놓아도 유통기한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식품들이지만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내일 당장 죽어버릴 수도 있는 거고.’
저번 달까지는 한 달분을 그때그때 시켰는데 
그것보단 나름 발전한 것이었다.
이번의 유예기간은 두 달이다.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박스 먼지가 몸에 묻어 찝찝했지만,
혼내는 사람 하나 없는 마당에 신경 쓸 건 없었다.
엎어진 그대로 손가락만 움직여 릴스를 넘겨보다 은둔 청년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종종 내 일상을 저격하는 듯한 영상을 띄워 주곤 했다.
“저 사람보단 내가 낫지”
쓰레기장이 된 방에서 지내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 종일 누워 사는 모습은 나와 별 다를 바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깨끗이 살잖아.”
스스로 말하면서도 비참해지는 자위를 했다.
영상을 끝까지 보고 채널 추천 안 함 누르기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몇 주 후에 이런 영상이 또 뜨겠지만.
현실을 도피하러 들어간 인터넷에서조차 이런 걸 보고 싶진 않았다.

하루 종일 릴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