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잘못 걸린 것 같다.

내 지난 날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그게 사람을 사귀고 헤어지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나는 좋다는 사람 막는 정 없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른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 사람 앞에서만큼은 맘대로 되지 않을 뿐이다.

“어제부터 너무 기다렸어. 이거 신은 리한이 니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와 구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에 외국인처럼 눈썹뼈가 튀어나온 사내다운 얼굴은 내가 본 중 가장 잘난 얼굴이었다. 아쉽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다만 얼굴의 주인이 쇼핑백에서 막 꺼낸 구두라면 말이 달랐다. 가운데 박힌 브랜드 특유의 로고가 인상적인 검은색 로퍼였다. 좋아하는 브랜드였지만 가장 낮은 가격의 모델도 백이 넘는다던 가격에 엄두도 못 낼 뿐이었다.

비루한 대학원생이 그만한 돈이 어디서 났을까. 심지어 그의 다른 팔에는 고급스럽게 포장된 꽃다발까지 안겨져 있었다. 나는 헛웃음이 났다.

“형. 이젠 구두로 족쇄라도 채울 셈이야? 꽃다발은 또 뭐야? 내가 여자야?”

“아니.. 그게 아니고 너 여기저기 콩쿨 보러 다니고 하려면 구두가 필요할 것도 같고 그래서..”

“모르나 본데, 발레 할 땐 발레 슈즈라는 걸 신어. 구두가 아니고.”

“알지, 알지. 근데 우연히 길 가다가 다른 사람이 신은 걸 봤는데 네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콩쿨 장소 갈 때까지 만이라도 이걸 신으면 기분이 더 좋아서 잘 되지 않을까 하고..”

형은 내가 헤어지려 할 때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저번에는 뭐였더라.. 양복 세트였나. 점점 금액이 커져가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뻔한 연극에 넘어갈 마음은 없었다. 이렇게 나올 걸 대비해서 마음속으로 몇 번 연습도 했다.

“유조 형. 우리 이제 진짜 그만 만나자.”

“한아..”

처음에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탄밖에 안 나오던 얼굴도,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