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화.
한 손에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온 헌명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폐를 가득 채우는 차가운 공기가 무겁고 뻐근했다.
사이사이 깃든 공기 냄새는 떠나올 적 기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아 반갑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명은 그냥 반갑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필요가 없어서 내쳐졌다가 필요해져서 돌아왔으니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한 셈이었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느라 굳었던 허리를 세우자 등까지 시원해졌다.
습관적으로 양복 안을 뒤적이던 헌명은 빈 주머니를 확인하고 짧게 혀를 찼다.

“담배 사오라고 하는 걸 깜빡했네.”

대신 공중으로 퍼지는 입김을 담배 연기 삼아 아쉬움을 달래던 헌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장 차로 모시러 오겠다던 차 비서의 연락이 무색하게 10분 동안 공항 택시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잘 다듬어진 일자 눈썹 사이로 미간이 구겨졌다가 곧장 풀렸다.
저 멀리서 차가 거친 엔진음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쏠리자 헌명은 짜증이 확 솟구쳤다.

“하여튼 노인네 구식인 건 알아줘야….”

낮게 읊조린 말을 끝으로 욕설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라 겨우 눌러 삼켰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차가 멈추고, 검은 덩어리들이 그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한 몸처럼 일렬로 나란히 늘어서서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보조석에서 황급히 내린 태운도 고개를 조아리고 헌명의 앞에 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각이고 나발이고 일단 저것들 좀 다 치워.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

보기 드문 미남에 시선을 거두지 못하던 주변 사람들은 험악하게 구겨진 잘생긴 얼굴을 보고 다들 모른 척 멀어졌다.

대대로 이 집안 사람들을 모셔 온 비서의 아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당장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태운은 바로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주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