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최강자의 대역이 되었다.
이짐승

0화

“레니언,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알현실 앞 복도에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메이렌은 움찔했으나 간신히 자연스러운 척 뒤를 돌아봤다. 
아직도 종종 어색했다. 동생의 이름을 자신의 것인 양 여겨야 한다는 사실이. 
불과 한 계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레니언’을 부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을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달랐다. 레니언은 그녀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래야만 했다.

“오랜만이네.”

여자가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메이렌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반짝이는 금발의 머리칼과 푸른 눈을 가진 싸늘한 인상의 미녀. 
검은 제복의 가슴팍에는 비잔테움 제국의 문장이 있었고, 그 아래로 다른 기사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작은 금속장이 달려 있었다. 
발현 기사의 징표이자, 제국을 대표하는 청의 기사단 단장의 상징.
메이렌은 저 아리따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아니, 너무 잘 알아서 탈이었다. 
메이렌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신문에서 오려낸 여자의 초상화가 붙여져 있었으니까.

현안의 엘리시아.
현존하는 발현 기사 중 유일한 여성 기사.
그리고 어릴 적의 메이렌이 세상에서 가장 되고 싶었던 사람.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평생 동경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났으니 말이다. 
단지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본다는 저 멋진 기사에게 메이렌의 성별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일까.

“오랜만입니다.”

메이렌은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엘리시아 경을 만나면 절대, 절대 말을 길게 하시면 안 됩니다!’

시건방진 카일이 지난 여정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한 내용이었다.
엘리시아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둘 사이의 거리는 이미 충분히 가까웠다.
너무 가까운데. 이러다가 들키는 거 아니야?
엘리시아가 날 노려보고 있잖아.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황궁 안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