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남자가 백작도 머리를 조아릴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야?”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던 세일린이 몸까지 틀어 아샤를 바라보았다.
눈을 빛내는 세일린을 보며, 아샤는 어릴 적 키우던 야토를 떠올렸다. 신기한 걸 발견하면 뱀이든, 고슴도치든 일단 코부터 들이밀던 녀석.
“확실하진 않습니다. 다만, 몽테시스 백작이 그를 매우 어려워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가문 사람이지? 무도회에 온 사람들도 모르는 눈치던데.”
“백작은 카얀님이라고 부르던데요.”
“카얀?”
세일린은 낯선 이름을 혀끝으로 굴려보고는, 다시 상기된 얼굴로 아샤를 바라봤다.
“근데 그 남자 정말 아름답지 않아? 그 찰랑거리는 금발이랑, 붉은 눈. 심지어 피부도 나보다 하얗던데.” 
아샤는 백작저 창문 너머로 보았던 남자를 떠올렸다.
남자는 확실히 군중 속에서도 단번에 눈길을 끌 만큼 수려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빼어난 얼굴보다 꺼림칙한 붉은 눈동자만 기억 속에 깊게 박혔다.
백작이 그토록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람인데, 어째서 사교계에 그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걸까.
“글쎄요. 제 눈엔 아르칸의 열 살짜리보다도 제 몫을 못 할 것 같던데요.”
“어휴!! 너한테 물은 내가 멍청이지.”
세일린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품에서 꾸러미를 꺼내 아샤에게 내밀었다.
“어쨌든 수고했어. 이건 내 성의.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집에 돌아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아샤는 냉큼 꾸러미를 챙겼다. 방을 나서려다가 문득 섬뜩한 눈동자가 떠올라 우뚝 멈췄다.
평소처럼 그냥 심부름 값만 챙겨 돌아가면 됐다. 세일린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늘 있던 일이니까. 그런데 어쩐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가씨, 그 남자….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갑자기 왜?”
아샤는 잠시 뜸을 들이다 둘러대듯 말했다.
“여자랑 있었어요. 달 극단 무희랑요.”
“그게 어때서?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닌데.”
절로 새어 나오려던 한숨을 삼켰다.
역시 이 정도로는 세일린의 관심을 돌릴 수 없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