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프롤로그

“보라야.”

자신을 부르는 세오의 정갈하게 잘생긴 얼굴이 수척해진 것에 보라는 속이 상했다.
그리고 그가 망한 아이돌임을 증명하듯, 배웅나온 팬은 보라 하나인 것도 마음이 아팠다.
청승맞은 분위기를 어떻게든 털어내려 보라는 바리바리 싸 온 것들을 건넸다.

“미국으로 간다며? 과자 좀 가져왔어. 거긴 과자들 엄청 달고 짜고 하대. 그거 먹다 너 췌장, 신장 다 망가질라.”

괴팍한 농담을 건네며 보라는 씩 웃어 보였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인 세오와 보라였지만 동갑인 둘은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도 너 원래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어쩌면 한국보다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빅딜 엔터테인먼트라는 영세 소속사에서 죽도록 고생한 세오였다.
부디 미국에서는 잘 지내길 바라며 보라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제 앞의 하얗고 작은 손을 세오는 복잡한 얼굴로 보다 이내 마주 잡았다.
그리고 보라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소년미가 엿보이는 눈이 가늘고 길게 휘어졌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늘 멋진 사진 찍어주고, 앨범 나오면 꼬박꼬박 팬싸도 와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한결같이 꿈을 향해 노력하던 세오는 보라의 북극성이었다.
늘 그 같은 자리에 있기에 바라보면 마음이 위로되는 그런 존재. 하지만 이게 그것도 끝이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뭘.”

덤덤한 척 대답했지만 이내 툭, 눈물이 떨어졌고 보라는 당황하며 얼굴을 가렸다.

“아, 안 울려고 했는데, 네가 그런 말 하니까 감동 받았…!”

민망함에 주절거리던 말이 뚝, 끊겼다. 세오가 갑자기 보라를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장신에 어깨까지 넓은 그가 보라를 안으니, 한 품에 쏙 들어오는 꼴이 되었다.
보라는 순간 훅 끼쳐오는 청량한 향기와 온기에 놀랐다가 세오의 품에 안겼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다 이내 그녀는 어정쩡하게 뻗고 있던 팔을 움직여 그를 마주 안았다.

‘이별이 슬프고 현재 상황이 괴로우니 이런 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