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백수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자이다.
 
편의점에 갔다가 커피를 마시고 그대로 누웠다.
나무 정자 그늘막 아래에서 빛살이 조각되어 내리쏟는 걸 즐기고 있다.
바람은 그래왔던 대로 솔솔 나를 지나쳐가고 그냥저냥 나는 숨만 쉰다.
 
우울하냐고?
아니
 
그냥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나 붕 떠올랐다가 추락하고 표류하는 걸 그저 그렇게 느낄 뿐이다.
 
세상은 내가 우울하다거나 기쁘다거나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고 해서 내 시간을 앗아가진 않는다.
 
이렇게 개똥같은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다.
무료하다.
 
그러다가 눈에 거슬리게 아무렇게나 뿌려졌었던 홍보용 명함

<우리가 만듭니다. ‘영웅’이란 거 Villan Agency 연락+좌표 : #8&=2391/% ★ 당일면접가능>

여기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적혀있길래 뚜벅뚜벅 걸어가서 문을 두드렸다.
왜 그랬냐고 하면 딱히 이유따윈 없다.
길 가다가 나도 모르게 개미를 밟고 지나간 것처럼
 
“knock knock”
두드리는 소리에 아무 반응도 없다.
 
“저기 안 계세요?!”
 
문이 반쯤 열렸다.
잔뜩 찌푸린 창백하고도 말쑥한 얼굴 샌님같기도 한데
어쩌면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백발의 푸른 눈의 남자가 나를 쳐다봤다.
 
 
주워온 홍보용 명함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나는야 용기 있는 여자!
두려움을 내팽겨치고 씩씩하게 외쳤다.
 
명함을 슬쩍 보더니
 
“여기서 일하지 마. 여기 악덕 기업이야.
죄악 아니 최악이지.”
 
부스스한 백발을 좌우로 흔들면서 바로 내뱉으신다.
비열한 웃음을 짓는 얼굴마저 수려하십니다.
 
그렇게 한참을 회사가 얼마나 안 좋은지 설명했으나 안 들렸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다.
’얼굴이 복지다‘라는 말이 실제였다니 참 고마운 일이로소이다.
인사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
 
쾅 하면서 활짝 열리는 문
건들건들 양아치마냥 와이셔츠 옷을 풀어 헤치어, 가슴이 자기 존재감을 알렸다. 눈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