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촤악.

얼음장 같은 물이 쉼 없이 수아레의 몸 위로 퍼부어졌다.
긴 백금발은 금세 피부에 들러붙었고,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여인은 시체처럼 고요했다.

“탈란 왕국의 왕녀라며?”

“쉿. 함부로 입에 담지도 말랬어. 괜히 저주 옴 붙을라.”
메마른 스펀지로 수아레의 몸을 거칠게 문지르던 하녀가 동료를 나무랐다.

“그 저주 덤탱이 쓸까 봐 황제가 살려 놓은 거라며.”

“그래서 이 여자는 어디로 보내진대?”

거품을 문지르던 하녀가 주위를 한 번 훑어봤다.
그리고 동료를 손짓해 가까이 불렀다.
“에르테 대공의 신부가 된대.”

그 말을 들은 하녀는 물음표 가득한 눈으로 제 동료를 바라보았다.
“왜? 그분은 제국 최고의 공신이잖아.”

하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수아레의 몸을 문질렀다.
“너 몰라? 에르테 대공이 황녀의 청혼을 거절했잖아.”

그때 물을 길어온 하녀가 수아레에게 또다시 차가운 물을 뿌렸다. 
“그 후로 황제가 하루가 멀다고 마물 토벌로 내몰았고. 하다 하다 이젠 이런 말도 안 되는 혼인까지 시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국의 공신에게 산송장 신부를 준다고?”

“얼마나 눈엣가시겠어. 대를 끊어놓고 싶겠지.”

그때 또 다른 하녀가 혀를 차며 말했다.
“기괴하고 기괴한 결혼이야. 에르테 대공이 산송장이랑 첫날밤을 보내게 생겼으니.”
하녀들은 몸서리를 치며 깨끗해진 수아레의 몸에 향유를 발랐다.

하녀들의 손길에 풍성한 백금발, 눈을 덮은 긴 속눈썹,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예쁘기는 더럽게 예쁘네.”

하녀들은 꽃과 풀로 장식된 투명한 관에 그녀를 조심스레 눕히곤 뚜껑을 닫았다.

철컥.

작은 소리와 함께 수아레는 세상과 단절되었다.

하녀들이 욕실 문을 열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기사 넷이 관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그들은 긴 복도를 지나 황궁 예배당으로 향했다.

하객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