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영애는 조각난 대공성을 상속받았습니다>>

1화. 울어도 1골드도 안 나와

“아버지, 약 드셨어요?”
대답이 없었다.
라라는 침대 옆 탁자에서 약병을 집어 들었다. 지나치게 가벼웠다. 바닥에는 하얀 가루만 남아 있었다.
“언제부터 없었어요?”
아버지의 시선이 슬그머니 창가로 달아났다.
“오늘 아침까지는 있었다.”
약병에 붙은 처방 날짜는 사흘 전이었다.
“아버지.”
“괜찮다.”
“그 말은 약국에서 화폐로 안 받아줘요.”
아버지가 웃으려다 허리를 붙잡고 기침했다.
“웃지 말고 누워 계세요.”
이불을 턱밑까지 덮어 주고 책상으로 향했다. 펼쳐 둔 장부 맨 아래에는 남은 돈이 적혀 있었다.
30골드.
아버지의 약값 8골드.
빵과 우유 3골드.
제제의 교재비 5골드.
밑창이 벌어진 제제의 신발값은 적지 않았다.
문간에 서 있던 제제가 꼬깃한 동전 주머니를 내밀었다.
“누나, 이거 써.”
“어디서 났어?”
“친구가 알려 준 데에 맡겼어. 두 배로 불려 준다고 했거든.”
주머니를 받아 무게를 가늠했다.
“그래서 두 배가 됐어?”
“반은 돌려받았어.”
“……제제.”
“그래도 약값은 되잖아.”
제제가 오른발을 감췄지만 이미 늦었다. 구두 밑창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라라는 동전 주머니를 제제의 손에 도로 쥐여 줬다.
“네가 몰라서 잃은 돈을 왜 네가 내.”
“그럼 누나는?”
“나는 방법을 찾을게.”
방법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남은 재산은 없었다. 빚만 100억 골드.
규모만 보면 제국 최고 부자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릴 만했다. 물론 부호가 아니라 채무자 명단이었다.
약병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약 사 올게요.”
문을 열려는데 아버지가 불렀다.
“라라. 산에는 가지 마라.”
문고리를 쥔 손이 멈췄다.
“네 할아버지도 그 산을 조사하다 돌아오지 못했다.”
“알아요.”
“알면 가지 마라.”
대답하지 않고 문고리를 돌렸다.
“약부터 사 올게요.”
***
약국 주인은 더는 외상을 줄 수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