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화

헌터로 각성한 순간부터 죽음의 경계는 쉴 새 없이 넘어왔다.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일은 아침 인사처럼 흔했고, 싸움을 걸어오는 존재는 종족을 가리지 않았다.

“팔이 거의 뜯어져 나갔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렇다면 오늘 처참하게 당한 것은 저들이 강해서일까? 아니, 저것들은 잘 봐줘도 5년짜리 헌터이다.

‘단지 내가 젊은 피들을 감당하기에 너무 늙어버렸을 뿐.’

20년 동안 버텨준 코트는 반쯤 뜯겨나가 어깨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냈고, 피는 옷을 흠뻑 적신 채 끈적하게 굳어갔다. 다리는 진작에 감각을 잃었다. 두 다리로 서 있는 것은 순전히 정신력 덕분이다.

“설랑(雪浪)님. 저희는 인류 최강 헌터를 이대로 잃을 수 없습니다. 부디 한 번만 고집을 꺾고 후배들의 결정을 따라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늙은 게 죄라더니. 새파란 병아리들에게 이런 말이나 들을 줄이야.”

구부정한 허리를 핀 것 만으로 녀석들은 무기를 고쳐잡으며 침을 삼켰다. 실력도 담력도 부족한 녀석들. 원래라면 한 손으로도 찍어누를 수 있는 새파란 아해들이다.

“던전 클리어라는 목적을 저버리고서라도 이루고 싶은 게 대체 뭐지? 내가 늙어서 그런지 요즘 애들 생각은 이해하기가 힘들군.”
“다 시간 낭비야! 인류의 영웅께서 우리 같은 일반 헌터들의 처지를 어떻게 이해하겠어!”

창을 든 여성 헌터가 앞으로 나와 바락거렸다. 손 끝의 떨림도 감추지 못하면서.

“큭, 크큭.”
“왜, 왜 웃는 거죠?”
“온갖 아이템과 편법으로 백살 넘은 늙은이 하나 겨우 제압해 놓고서 세상 꼭대기에 선 양 으스대다니. 욕심에 수치심까지 잃었나보군.”

여자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손에 힘줄이 설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창이 오른쪽 눈을 향해 날아왔다.

카강-!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들려 스쳐 지나간 창이 선글라스를 박살냈다. 각성한 후, 인류 최강의 헌터로 불린 세월이 150년이 넘는다. 그 긴 시간동안 벗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