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브린 리넬

공작의 침실 안, 헤르발렌트 공작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공작이 들어오자, 사내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리넬 영애, 약혼서에 서명하기 전에 계약서에 먼저 서명해야 하오.”

그는 그녀를 본 듯 만 듯한 무감각한 눈빛으로 침대에 앉아있는 브린 앞에 계약서를 툭 던졌다.

“계약서….라는 건… 미리 듣지 못했어요.”

그는 거친 동작으로 겉옷을 벗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우리의 약혼은 이 계약으로 인해 성사되는 거요.”

그는 어느새 겉옷을 벗은 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셔츠 깃을 무심하게 풀어내리고 있었다.

느슨해진 셔츠 사이로 그의 단단한 근육질의 가슴팍이 드러났다.

브린은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라 목덜미와 귓가까지 붉혔다.

그런 그녀의 붉어진 살갗에 머문 그의 시선은 스치듯 짧았기에 브린은 알아채지 못했다.

계약서에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헤르발렌트가에 흐르는 마력을 잠재우기 위해 밤마다 공작과 함께….’

마력은 무엇이고 또 밤마다 공작과 함께 한다는 내용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의아한 눈으로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 순간 그의 날카로운 듯한 보라색 눈동자와 공중에서 시선이 부딪혔다. 

그는 순간 나른하게 웃으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피에는 밤마다 폭주하는 마력이 있소. 그 폭주를 잠재우기 위해 당신은 밤마다 나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오. 그것이 약혼의 조건이오. 싫다면 지금 돌아가도 좋소.”

브린은 제 귀를 의심했다.

한 번도 헤르발렌트 가문에 저주가 흐른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이 그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걸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요.”

공작은 길고 아름다운 눈을 휘어보이며 브린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 눈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