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저주받은 영웅

신이시여. 감히 청하나니, 저를 가엾게 여기신다면 부디 제 영혼을 거두어주시옵소서.
 
***
 
“도대체… 버러지들은 이해할 수가 없군.”
“….”
황제의 거친 언사에 대회의실 공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다.
“숭배할 게 없어서 마왕 따위를 숭배하나.”
오랜 역사에는 마왕이 존재했다.
하지만 유일신의 부름에 응답한 용사가 동료들을 이끌고 마왕을 처단한 후로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왕이 존재했던 시기를 경험했던 자들은 거의 사라진 세계라는 말이다.
“신성국은 뭐 하는 건지.”
그러나 이단은 마치 사라지지 않는 해충처럼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 황제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건 마왕 숭배자의 존재 자체가 아니었다.
모든 일은 그에 따른 전문가가 있다. 제국의 안녕은 그 주인인 황제가, 이단은 이단 심문관이 관리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그러나 주제도 모르고 몸집을 부풀린 벌레가 결국 제국 안으로 침범했다. 감히, 패배자 따위를 숭배하는 해충이 그녀의 구역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제의 마음에 들만한 대안을 내지 못한 자는 그 화를 감당해야 할 터였다.
그러니 누가 황제의 언행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식은땀을 흘리며 눈치만 보던 귀족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모였다.
시선의 끝에는 황제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두 사람이 있었으니.
각자의 재능이 빛나는 황제의 두 아들. 한 명은 총명하기로 명성이 높은 황태자이며, 한 명은 무력으로 당할 자 없는 2황자였다.
“폐하.”
과연, 그들의 기대를 업고 먼저 입을 연 것은 황태자, 레너 템플라도였다.
“그래. 어디 의견 있으면 말해 보거라.”
“예. 제 짧은 식견으로는 무리 지어 다니는 짐승을 잡을 때, 미끼를 사용하여 유인하는 사냥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벌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벌레들이 좋아하는 유인책을 사용하여 한 곳에 모으고 태워 죽이지요.”
“해서.”
“마왕 숭배자들의 목표는 뻔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지루할 정도로.”
여기까지 말이 나온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