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그러니까 40층 보스는 아현이 미끼 역할이 아니라 아예 먹잇감으로 써서 클리어한다고?”

아무 기척도 없는 적막한 던전. 

아현은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일행과 떨어졌다. 오줌 누빌 곳을 여기저기 찾다 거대한 돌석을 발견하고, 그 뒤에 쭈그려 앉아 소변을 보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 사이로 끊긴 소변이 빈약한 음모에 맺혀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엿들은 생각은 없었으나 제 이야기가 나오자 귀가 쫑긋 섰다. 
그녀의 머릿속에 적신호가 켜졌다.

“응. 40층 보스는 제물을 하나 받치지 않으면 깨기 어렵다는 말, 예전부터 많았잖아. 제대로 된 공략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클리어하는 놈들은 다들 한 명은 던져놓고 시작해.”
“‥‥‥.”
“따라온 파티원들도 이제 대부분 알고 있어서, 슬슬 너한테도 말해줘야지. 계획이 틀어져서 안 되니까.”

대화를 서로 주고받은 이의 음성이 그녀의 귓가에 팍팍 꽂혔다. 39층에서 파티원을 급구한다는 커뮤니티 글을 보고 면접까지 통과해 합류한 지금의 일행들…. 
그중에서도 핵심으로 파티원을 구하고 관리하는 총괄자의 목소리였다.

면접받을 당시, 저 사람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간신히 이곳 일행과 함께해서 안심했는데. 실상은 속이 텅 빈 알맹이란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애초에 40층에 날 데려갈 생각이 없었구나.’

아현은 공식적인 미끼 역할을 수행하는 헌터지만, 그게 제물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한데 대화를 듣자니 저들은 아현을 처음부터 보스에게 먹이로 던져줄 작정이었다.

그녀는 매우 끔찍해 소름이 돋지만, 결코 신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엿들었단 걸 들키는 순간 말로는 뻔했다. 강제로 붙잡혀 보스에게 밥으로 던져지리라.

이미 던전에 입성한 순간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인상을 찌푸린 아현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간 속옷과 바지를 추스르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도달한 40층인데, 이제 와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