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발작하듯 울려댔다.도원은 흘긋 화면을 바라보았다. 액정 화면에는 저장된 이름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김대표, 박실장, 윤팀장, 대표팀 코치 또 다시 김대표.

그는 무의미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들어올려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검게 죽은 화면 위로 자신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도원.
대한민국 수영의 새 역사.
광고주가 사랑하는 얼굴 1위이자 당대 최고 스포츠 스타.

도원은 그 얼굴을 한참 보다가 낮게 웃었다. 사람들은 그가 모든 걸 이뤘다고 말했다. 애국가가 울리고, 국기가 올라가고, 금메달이 목에 걸린 순간부터 세상은 도원을 완성된 사람으로 완벽한 사람으로 불렀다.
하지만 도원은 미완의 인간이었다. 내부가 텅 비어있었다. 시상대 위에서 그는 국기를 올려다보는 척하며 머릿 속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봤을까.

그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주해영이… 그가, 내가 여기까지 온 걸 봤을까.

당연하게도 답이 돌아올 리 없는 질문이었다. 답없는 질문을 매일 생각하며 도원은 금메달을 딴 뒤 더 철저하게 길을 잃었다.물을 가를 이유가 사라진 현실은 숨이 막혔다.
평생 앞에 놓아두고 쫓던 등이 사라진 뒤에도 도원은 전진했다. 그런데 지금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 지겹고 힘겨웠다.

모두가 그걸 슬럼프라고 불렀다. 
컨디션 조절 실패, 멘탈 케어를 해야한다. 번아웃이 왔다. 휴식기를 가져야한다.
전부 틀렸다.
차도원은 쉬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멈추면 가라앉는 상어처럼 헤엄쳐왔다. 기록을 향해, 금메달을 향해, 그리고 오래전 물 속에서 사라진 주해영의 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는 숨이 막히지 않았다. 그런데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도원은 처음으로 방향을 잃었다. 더 쫓을 등도, 더 증명할 기록도 보이지 않았다.
헤엄은 멈췄고 그는 자신이 쉬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더이상 헤엄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늘 오후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