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하룻밤

‘이제 맘 편하게 살 수 있겠어.’

사람으로 북적이는 와인바. 소하는 내부를 한번 훑어보며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메뉴판 속 낯선 와인 이름을 읽던 그때.

“윤소하.”
“어? 정하민….”

“부산 갔다더니 올라왔으면 연락하지.”
“아… 좀 전에 도착했어.”

하민이 자연스레 소하 옆자리에 앉는다.

“혼자 술 마시기 뻘쭘했는데 잘 됐다.”
“응. 나도 혼자라 좀 그랬는데….”
“이게 몇 년 만이야. 더 예뻐졌다. 못 알아볼 뻔 했어.”

반가워하는 하민과 다르게 소하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내가 말할 데가 없어서 얼마나 답답했는 줄 알아?”
“왜? 그래도 저번에 박팀장님이 잘 해준다면서.”
“잘해주긴. 융통성 없는 팀장 새끼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래도 이제 그 새끼 더 이상 안 봐서 좋다.”

하민이 그간 있었던 설움을 토해내는데, 그 이야기가 끝이 없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멈춘 건 예상 밖의 사건 때문이다.

“앗…! 어머 죄송해요….”

소하가 팔을 쭉 뻗다가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혔다. 행인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소하 옷에 쏟아버렸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티슈를 찾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소하가 제게 와인을 쏟은 행인의 얼굴을 보고 잠시 굳어버렸다.

‘이도윤….’

짙은 쌍꺼풀, 연갈색의 머리와 눈동자, 도톰한 입술. 이국적이면서 조각 같은 외모의 남자가 몸을 수그려 손을 내민다.

“괜찮으세요? 제 손수건으로 닦으세요.”

그에게 손수건을 건네받아 옷을 대충 닦아낸다.

‘불안해….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장실로 가려는데, 술기운이 올라와 몸이 크게 휘청인다.

흔들리는 소하의 몸을 낚아채듯 잡아준 도윤.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엇갈리고 도윤은 그녀의 허리에 닿은 제 손을 빤히 쳐다본다.

‘이도윤이랑 나는 만날 수가 없는 설정인데.’

납득되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저를 잡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