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바 ‘새벽(Aube)’의 문에 걸린 종소리는 유독 처량하게 울릴 때가 있었다.

마스터인 도혁은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손님이 먼저 말을 건네기 전까지는 사적인 대화를 일절 청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철칙이자 그가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주문을 받을 때의 짤막한 대답이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같은 사무적인 안내가 그가 내뱉는 말의 전부였다.

그런 그가 1년 전부터 자꾸만 시선을 빼앗기게 된 여자가 있었다. 채원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호기심이었다. 세상의 모든 무게를 혼자 짊어진 듯 위태로운 얼굴로 바 테이블 구석에 앉아, 도혁이 내어준 독한 위스키를 말없이 삼키던 모습. 동그랗고 선한 눈매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 위태롭게 반짝이던 밤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언뜻 보면 아이처럼 무해하고 말간 얼굴을 가진 그녀였기에 그 처연함은 더 도드라져 보였다. 원래라면 장난기 어린 웃음이 머물렀을 법한 보드라운 뺨과 둥근 콧날 위에는, 늘 회사 일로 상처받아 짙어진 그늘만이 드리워져 있었다. 채원은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일부러 조명을 등지고 앉아 술잔만 만지작거리곤 했다.

도혁은 그녀가 오면 말없이 따뜻하게 데운 물 한 잔과 늘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는,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제 할 일을 했다. 하지만 바텐더 기물을 닦거나 잔을 정리하는 도혁의 시선은 언제나 비스듬히 그녀에게 머물러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표정일까.’

도혁은 채원이 모르는 그녀의 수많은 순간들을 지켜보았다.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너 시간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고, 어떤 날은 이 지독한 침묵 속에서 혼자 꾹꾹 눈물을 삼켜내기도 했다. 도혁은 왜 우느냐고 묻지도, 괜찮냐는 흔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도록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줄 뿐이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시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감정으로 변해갔다.
취기에 슬며시 가라앉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을 때면, 도혁은 저도 모르게 지켜보는 마음이 조금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