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알파의 하극상
작가 : 고지대

<1화>

분명 그였다. 
머리는 더 이상 흑발이 아닌 금발로 염색했고 실명했다던 두 눈은 형형히 빛을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틀림없다. 떡 벌어진 어깨와 훤칠한 키, 섬세한 손길로 잘 빚어진 얼굴, 무엇보다도 날카롭게 나를 꿰뚫는 저 눈동자.
그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땅바닥에서 덩굴이 자라나 온몸을 휘감기라도 한 듯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부하 녀석들이 의아하다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허공에서 얽힌 눈빛은 그가 먼저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리면서 해소되었다. 나도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사무실을 가로질렀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단 한 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를 죽인 건 나였으니까.

3년 전

도시의 밤은 현란하고 사나웠다. 
저마다 취객을 집어삼키려 입을 떡 벌리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토해내고 있는 술집들이 늘비해 있는 거리. 그 틈새에 헐벗은 여자들과 멋 부린 남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 구역 특유의 진한 페로몬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심장을 울리는 저음의 비트와 요란한 노랫소리가 보도블록을 타고 새어나오는 이 곳은 적호파가 관리하는 영업장 중 하나였다.
“아, 안 된다니까요.”
“잠깐 사람만 찾으면 돼요.”
“여기서 무슨 사람을 찾는다고…… 아, 돌아가세요. 예?”
“부탁드립니다.”
“좋은 말로 할 때 가시라고요.”
입구에서 한 남자가 문지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 덕분에 클럽에 들어가려는 손님들의 행렬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있는 듯했다. 저마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들을 지나쳐 줄의 선두로 향했다.
나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셔츠 포켓에 걸치며 입구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영호야.”
“안녕하십니까. 형님.”
“안녕하십니까!”
가드 겸 문지기 역할을 맡긴 최영호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옆에 서 있던 덩치도 뒤따라 고개를 숙였다. 대충 손을 휘적이며 인사를 받아주고는 소란의 주인공인 남자를 훑어보았다.
일반인치고는 꽤 큰 키를 가진 이로, 머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