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채아는 자신의 방에서 BL 소설을 읽다 잠이 들었다. 그때까지는 기분 좋게 단잠에 빠졌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했다. 처음 보는 낯선 방이었다. 커다란 방이었다. 그것도 쓸데없이 커다란 방. 질 좋고 부드러운 붉은색 양탄자가 바닥에 깔려있었고, 차갑고 투명한 유리창으로는 길게 햇볕이 들어왔다. 코끝으로 분 냄새가 묻었다. 채아는 말을 더듬었다. 

“여, 여긴… 어디?”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바글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여기는 미국인가?’ 

 한 여성이 채아에게 정성스러운 손길로 분을 발라주고 있었고, 다른 여성은 가운데 커다랗고 영롱하게 빛을 내는 귀걸이를 그녀의 귀에 가져다 대었다.

“하녀장님 이게 괜찮을까요?”

‘왠 하녀장? 판타지 소설같이’

 하녀장이라 불린 여성은 표정을 구기고 진지하게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좋구나.”

 하녀장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말랑한 귀를 대고 귀걸이를 걸어주었다. 귀가 묵직했다. 

‘와 이게 얼마짜리야. 가지고 튀고 싶다.’ 

 채아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느슨하게 풀었다.

“마님 어떻습니까?”

 하녀장은 정중한 손길로 채아에게 거울을 들이밀었다.

“아 좋아...ㅇ..”

 채아는 거울을 보곤 입을 벌렸다. 제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뭐란 말인가. 눈에 보이는 건 분홍 머리, 분홍 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헉……이, 이게 누구야?”

 하얗게 질린 얼굴. 채아는 당황하며 자기 얼굴을 더듬었다. 말랑하고 따뜻했다. 손이 멈칫거렸다.

“화장 지워지십니다, 마님.”

 채아는 얼굴이 하얗게 돼 손사래를 쳤다. 몸이 절로 벌떡 일어지는 걸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막아섰다. 그들에게 시선을 주곤 다시 앉았다. 

“마님이라니요! 저는 아직 20대 한창 젊은 나이인데요! 그나저나 여긴 어디죠?”

 주변 사람들은 동그랗게 뜬눈으로 채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주목받는 일은 처음이라 부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