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원의 상냥한 방문자]  
세상의 모든 생명이 꺼진 뒤, 다음 생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 환생의 정원에는 이름 없는 관리자가 살고 있다.  
운명이 부여한 도우미라는 소명 아래, 길 잃은 영혼들의 고단함을 털어주고 다음 생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그의 유일한 존재 방식이었다.관리자에게 그 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딸랑-.  
정적을 깨는 종소리에 도우미가 고개를 들었다. 걷히는 안개 너머로 눈부신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제국이 추앙하는 용사, 엘리안이었다.  
방금 마왕의 저주에 심장이 꿰뚫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안녕, 나의 작은 길잡이님. 또 신세를 지러 왔어요.”  
 
엘리안의 목소리는 정원의 안개보다 달콤하게 감겼다. 도우미는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 채 깃펜 끝만 만지작거렸다.  
 
“용사님... 이번엔 꼬박 1년 만이네요.”  
 
도우미의 목소리는 흩어지는 안개처럼 힘이 없었다. 엘리안은 가슴을 관통한 통증조차 잊은 채 눈앞의 작은 존재를 응시했다. 지상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용사였으나, 이 정원의 주인 앞에 서면 그는 언제나 길 잃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당신이 지난번에 ‘부디 오래 살아달라’고 빌어주신 덕분이죠. 약속을 지키느라 조금 애를 먹었네요.”  
 
엘리안이 다정하게 속삭이며 노랗게 빛나는 꽃송이를 내밀었다. 지상의 햇살을 듬뿍 머금은 듯한 꽃은 무채색 정원 속에서 이질적으로 아름다웠다.  
 
“오는 길에 당신 생각이 났어요. 당신 머리카락 끝에 내려앉은 빛이랑... 꼭 닮았거든요.”  
 
엘리안의 시선이 도우미의 옅은 갈색 머리칼에 머물렀다. 도우미는 수줍게 웃으며 꽃을 받아들었다. 꽃을 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기질의 가슴속에 기록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생소한 파동이 일었다.  
엘리안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손을 멈췄다.  
사실 그는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