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영하 30도에 함박눈이라니. 
 설하는 눈을 뜨자마자 날씨를 확인하고는 제일 두꺼운 코트를 주섬주섬 껴입었다. 초록색 털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방수가 되는 장갑도 찾아 꼈다. 
 차고 문을 올리자 새벽에 내린 새하얀 눈 때문에 눈이 부셨다. 들이마시는 숨에 순간 콧속의 수증기가 얼어붙었다. 상쾌하면서 시린 공기다.
 커다란 눈송이가 솜사탕처럼 쏟아져 내려 가시거리는 고작 몇 발짝 수준이었다. 비현실적인 설국을 잠시 멍하니 감상했다. 
 몇 분의 제설 시간이 필요할지 본능적으로 계산했다. 중간중간 치워 주지 않으면 눈을 밀어서 치우는 게 아닌, 한 삽 한 삽 떠서 옮겨야 하는 중노동이 된다. 혀를 끌끌 차며 차고 벽에 걸려 있는 눈삽을 꺼내서 차고 앞부터 눈을 밀었다.
 “Good morning, Sir. Welcome to Canada!”
 옆집 차고 문이 올라가는 진동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눈삽을 들고나온 브랜든이 익살스럽게 인사했다. 피차 그녀가 캐나다에 온 지 5년째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 정도 눈은 여기서도 흔한 일이 아니니 설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이런 눈은 오랜만이네. 너 오늘 출근 못하는 거 아니야?]
 이마로 쏟아져 내리는 모자를 추켜 올리며 설하가 걱정스레 물었다. 브랜든도 제 집 앞의 눈을 쓸어 양쪽으로 쌓기 시작하며 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오늘 재택이야. 회사에서 단체 이메일 돌렸더라고.]
 역시 캐나다는 출근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더 중요시하는군. 거대한 태풍을 뚫고 날아다니던 간판을 피하며 출근했지만 10분이나 지각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던 한국에서의 신입 시절이 생각났다. 머리를 흔들며 잔상을 떨쳐낸 설하는 추위 때문에 흐르는 생리적 눈물을 닦았다. 
 삽을 잡고 양 가쪽으로 눈을 밀기를 한참, 얼굴과 손발이 얼어 감각이 점점 둔해졌다. 얼른 끝낼 생각에 차고 앞을 재빠르게 왕복했다. 밤새 꽤 쌓였는지 눈을 미는 힘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이 정도 양이면 눈사람에 이글루까지도 만들 수 있겠다며 집 앞 인도까지 내려와 눈을 치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