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인간을 미혹하는 건 눈 한번 깜박이는 것 보다 쉬운 일이란다! 하지만 그 영혼을 오롯이 소유하고 싶다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하렴. 갓 태어난 새끼강아지들처럼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달콤한 말로 천천히 인간의 마음을 녹여야 한단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 그저 네 존재가 서서히 그들을 질식시키길 기다리렴. 그러면 어느새 너를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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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입니까. 지옥의 왕이시여.”

젊은 공작 라인하르트는 눈앞에 놓인 하얗고 매끈한 타원형의 물건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마왕에게 물었다. 

매년 공작가의 조공을 챙겨 금세 사라지던 마왕이 뜬금없이 선물이라고 물건을 주다니.

마왕의 이례적인 행동에 라인하르트는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 

“선물이야.”

마왕은 이번에 만든 턱수염이 마음에 드는 듯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라인하르트에게 대답했다.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공작가에 나타나는 마왕은 나름 예의를 차린 듯 오늘은 멋스러운 남색 실크 모자에 우측 눈에 외눈 안경을 낀 60대 귀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겉보기에는 마음씨 좋은 노신사처럼 보일 뿐 지옥에서 온 마왕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는 선대 공작인 아버지가 마왕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공작 라인하르트는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자가 사람이 아닌 마왕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았다. 

마왕이 형식적으로나마 공작가를 마치 자신과 대등한 파트너처럼 대해주는 것도 결국은 전적으로 마왕의 기분에 달렸다는 이야기였다. 

“이건…. 알입니까?”

“만져봐.”

조심스러운 자신의 물음에 마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불투명한 하얀 알을 만져보길 권했다. 타조알 크기의 두 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알은 타원형임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푹신한 에메랄드색 비단 방석 위에 세로로 꼿꼿이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기괴하여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