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태의 악마>

‘지겨워…….’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남자를 보며 벨페고르는 생각했다. 이렇게 지루할 수가 있을까. 차라리 자고 싶다.
“벨, 너 이상한데.”
“……뭐가?”
“너무 안 젖잖아. 기분 별로야?”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 레비아탄은 혀를 더 깊숙이 넣으며 물기를 재촉했다. 마른 안쪽에 타액이 스며드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레비아탄은 거친 숨을 뱉으며 행위에 열중했으나, 정작 벨페고르는 천천히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선명해 보였던 침실의 천장이 점점 작아지더니 흐릿해져 갔다.
“벨?”
“…….”
이윽고 완전히 깜깜해졌고, 꺼져 가는 청각에 레비아탄의 목소리가 스쳤다.
“야, 벨페고르. 자는 거야? 섹스 중에 잔다고?”
“…….”
“와, 진짜 미쳐버리겠네.”
눈을 꼭 감고 잠든 벨페고르를 보며 레비아탄은 작게 욕설을 중얼거렸다. 예전의 그녀라면 벌떡 일어나 번개라도 떨어뜨렸을 텐데. 지금은 욕을 듣는 것마저 귀찮은 듯 닫힌 눈꺼풀을 아주 조금 들썩일 뿐이었다.

* * *

나태의 악마, 마왕 벨페고르는 심심했다.
그녀의 나이 올해 812세. 제7차 천마 전쟁 시, 마신이 내려친 번개 속에서 태어난 지가 벌써 812년이 되었다.
그동안 벨페고르는 수많은 쾌락을 누렸다. 전쟁을 일으켜 살육하고 정복욕을 채웠으며, 여러 이성을 만나 색욕을 갈구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를 물 쓰듯 낭비도 해봤다.
한때는 그것들 모두가 즐거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자극은 점차 시들해졌다. 마음에 안 드는 자를 죽여도, 값비싼 영토를 정복해도, 외모가 취향인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도 돌아오는 건 허무뿐이었다.
지겨워진 삶에는 더 이상 할 일도 없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잠에 빠져드는 날을 반복했다. 지난번 옆 영지의 마왕 레비아탄이 찾아왔을 때도 결국 잠들어 버렸고,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깨어난 벨페고르는 침대 머리맡에 늘어진 줄을 잡아당겼다. 곧 침실 문이 열리며 티란이 나타났다.
“어휴, 침실 공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