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국경의 삭막한 나루터에도 달빛은 공평하게 내렸다. 다리 바로 밑에서 어른어른거리는 물살 위로 달빛이 반짝거렸다.

반쯤 썩다시피 한 나무다리 위로 한 사내가 서있었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는 좋게 보면 소박하고 나쁘게 보면 남루한 옷차림이어서, 아무도 그가 수도에서 아름다움으로 이름을 날리던 문인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다리 끝에 서있는 남자는 사공을 기다리면서 가만히 강을 내다보고 있었다. 동제국을 떠나려는 이들이 흔히 그렇듯 남자의 눈에도 많은 미련이 넘쳐 흘렀다. 명예, 재물, 부모님의 묘, 채 작별인사를 다 나누지 못한 친우들, 그리고 끝내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연모의 정까지…….
 
그러나 사공이 다가오자 그는 그런 눈빛을 깨끗이 지운 채 물었다.
 
"강을 건너기에 바람이 괜찮나요?"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동제국의 언어가 아니라 서역의 말이었다. 그는 문인이자 예술가로서 서역에 늘 관심이 많았다. 한때 그는 황제가 웃으면서 서역으로 건너갈 생각이냐고 농을 던질 정도로 서학에 열성적이었다. 그 덕에 남자는 스승님을 제외하면 동제국에서 서역 말에 가장 능통한 사람이었다.
 
왜 그리 서역에 진심이었냐 묻는다면 그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구였다고 답할 것이다. 문인 중의 문인이라며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숨기고 있던 삶이었으니까. 

그래서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타역만리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철들 무렵부터 말도 안 되는 꿈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그 헛된 꿈을 위해 쌓은 지식이 이제 실제로 동제국을 벗어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그리 생각하면 세상에 헛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세상 모든 일이 헛되지 않다면, 폐하를 연모했던 이 마음도 헛된 것이 아니었을까?

……남자는 자기연민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다 잡았다. 서역으로 가면 일단 스승님의 친구에게 몸을 의탁할 작정이었다. 동제국과 서역을 잇는 상인들의 밑에서 통역으로 일한다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