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ㄴㄴ이번 생엔 남편 없이 

사랑하는 남편, 믿었던 친구

“나, 임신했어.”

자신의 등장에 놀란 수정과 성현은 옷을 제대로 챙겨입지도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여전히 자신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었고, 언제든 그들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굳이 이곳에서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 나가려는 순간, 수정이 하린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축하해 줘야 하는 상황이야?”

어이없어서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드는 것 같았다.

하린의 언성이 높아졌지만 수정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흘기고 있었고, 성현은 수정의 어깨를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몸을 돌렸다.

누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았다. 이 상황에 이수정을 챙겨?

“수정아,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면 안 돼? 너는 3년 동안 못 가졌던 아이잖아. 너는 못 가졌던 축복 내가 가진 거야. 그런데 이렇게 모질게 굴어야 해?”
“이런 건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무리한 거 아니야? 미안해. 네가 너무 예뻐서.”

꼴값. 떠오르는 단어가 이것밖에 없었다.

“너 임산부들 보면 부러워 했잖아. 너무 화내지 마. 우리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니? 너, 그렇게 매정한 애 아니잖아. 축하해줘야지.”
“왜 우리 아이야?”
“나랑 오빠가 사랑해서 가진 아이잖아. 너는 성현오빠랑 결혼한 사람이고. 그럼 축하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걸 사생아라고 해.”
“야, 너 말 다 했어? 이게 어디서 막말을 해? 사생아라니? 수정이가 네 대신 애 낳아준다는데 말을 왜 그따위로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넌 수정이가 낳아준 애 키워주기만 하면 되잖아.”

이런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아니, 껍데기만 내 남편이었던 놈이 나를 향해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는 성현을 보며, 조금 전 일을 회상했다.

***

회사 점심시간에 갑자기 걸려온 기자의 전화. 피곤한 일이 생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