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술에 취한 원나잇은 진부하다. 우린 멀쩡한 정신으로 하룻밤 잤다. 그리곤 약속한 듯 서로의 이름과 연락처, 어느 하나 남기지 않고 헤어졌다. 

이세인의 인생에 있어 이례적인 일탈이었다. 

7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가 그토록 죽고 못 살던 정사의 쾌락이 이제는 이해될 것도 같았다. 그간 맺은 관계에서 매번 무감각했던 세인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던 애인의 투정이 틀렸음을 온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뒤탈 없는 마무리에 서로가 암묵적으로 동의했으니까. 

단 한 번으로 끝났어야 할 저속한 만남이었다. 

세인은 떠밀려 나온 맞선자리를 시작도 전에 파할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의외의 얼굴을 뵙네요?”

그 얼굴을 다시 마주하기 전까진. 하필이면 기업 간 거래의 일종인 맞선자리에서. 공교롭게도 정략 결혼담의 상대로. 

제대로 물렸네…….

남자와 시선이 맞물린 순간, 알코올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지독한 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만…… 읏, 빨리…….’

‘가고 싶으면 울지 말고……, 빌어.’

‘……제발…….’

시간이 지났어도 바래지 않고 여전히 재생되는 분명한 그날. 달뜬 감각을 상기시키는 날카로운 눈매. 

세인은 일그러진 미간을 제 손끝으로 느리게 문지르며 짧고도 깊은 한숨을 흘렸다. 

자신의 맞선 상대를 확인한 남자는 비스듬히 입가를 당겨 올렸다. 지루할 맞선에 금방 흥미가 돋은 사람처럼. 이어서 기다란 다리를 가볍게 툭 꼬더니 자세를 비딱하게 고쳐 앉았다. 

그 모든 행동이 더 이상 구차한 예의 따위 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세인도 그에 응하듯 입술 끝으로 작게 웃어 보였다. 바람 새듯 빠져나온 숨 사이로 그날의 열기가 생생했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긴 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르셨네요. 그쪽을 강직하고 흠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신듯한데.”

“제가 그쪽 아버님과 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