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하아, 이렇게 만나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기를 긁었다.
명함 위에 적힌 글씨가 또렷해질수록, 유본의 시야는 오히려 흐려졌다.

예혼건설 팀장 정도환.

적막한 회의실 안에는 십 년의 공백이 존재했다.

**

십 년 만에 돌아온 한국의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다.
한여름에 떠밀리다시피 떠나야 했는데, 돌아온 지금도 한여름의 정점이었다.
수행 기사가 꾸벅 인사를 하며 검은색 세단, 뒷좌석 문을 열었다.
어느 곳에도 눈길을 주지 않은 무심한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트렁크의 유본의 캐리어를 모두 실은 기사가 운전석으로 올라탔다.
기사는 백미러로 힐끔 뒷좌석에 앉은 무표정의 유본을 쳐다봤다.

그가 가진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은 시골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유학길에 올랐다고 했다.
집안에서 어화둥둥 귀여움만 받는 철없는 아이, 서원그룹의 막내아들이랬다. 

하지만, 유본은 소문과는 다르게 마냥 어려 보이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냉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큰 키. 
날렵한 체형 때문에 더 커 보였지만 둔해 보이진 않았다.
무감정해 보이는 눈빛이 차가운 인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유난히 밝은 빛을 띠는 다갈색의 눈동자만 빼면 모든 것에 온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백미러 속에서 기사와 유본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기사는 헛기침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자세를 고쳐잡고, 정면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회장님께서 본가로 모셔 오시라고 하셔서, 서초동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백미러 속 자신을 훑어보던 시선이 사라지자, 창밖으로 눈을 돌린 유본이 대답했다.
고저 없이 매끄러운 목소리는 생각보다 나긋했고, 미성이었다.
정차되어 있던 차가 매끄럽게 출발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국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알고 있겠지.”

적막이 가득한 식탁 위로 한 회장의 묵직한 한마디가 던져졌다.
성의 없이 눈동자만 들어 제 아버지를 한번 쳐다본 유본이 다시 식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