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이 꺾이며 균형을 잃은 것까진 기억이 난다.
정신을 차린 조승리는 바닥이 아닌 침대에서 깨어난 제 몸을 더듬다 지끈대는 골통을 문대며 시계를 쏘아보았다.
기절한 새에 친구 녀석의 30분을 도둑질해 버렸다.
벌떡 일어난 그는 제복을 챙겨입고 턱이 높은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갔다.
망할 저택은 한바탕 난리를 겪고 난 뒤인지 귀신의 집처럼 고요했다. 
그 스산한 기운을 뒤로한 채 발등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빠르게 걸어 나가던 조승리는 자연히 나흘째 반복되는 폭력에 대한 감상을 떠올렸다.
아버지에게 맞았다고 세상이 무너진 듯 절망하는 건 이제 와서 정말 웃기는 일이다.
어제는 물론이고 생애에 걸쳐 일어난 일인데 새삼스레 무슨.
내리사랑은 남의 집 일. 학대와 멸시를 견뎌낼 각오만이 조가(家)의 독자가 지녀야 할 유일한 태도란 건 코흘리개 적부터 깨달았던 현실이므로, 그는 담담했다.
또한 한바탕 학대를 당한 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건 고역이 아니라 일상이었으므로, 때마침 자신을 발견하고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오는 사용인을 위해 걸음을 멈춰주는 건 쉬웠다.
작은 주인의 보랏빛 뺨에 얼음주머니를 대어준 그녀는 아이고, 아이고 연신 곡소리를 냈다.
아버지가 명령했을 게 뻔한 치료를 냅다 받아먹을 정도로 속없게 굴긴 싫었지만 그녀의 입은 큰 주인 앞에서 한없이 가벼웠으니 지금은 그저 침묵하는 게 맞다.
형식적인 수습을 받고 상투적인 감사 인사를 한 조승리는 그 애가 보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파문처럼 번지는 충격은 대문을 나섰을 때 찾아왔다.
몸이 두 동강 날 것 같다.
장난이 아니라, 귀싸대기와 발길질을 비롯한 골프채 스윙과 재떨이 던지기를 스무 해가 넘게 받아온 자신이었대도 이번엔 다르다.
구토감이 치밀 정도로 상태가 꽝이었다.
그러나 그 애의 앞에서 넌더리가 날 정도로 괜찮은 연기를 해왔던 덕인지, 이미 완성형 배우가 된 제 얼굴은 거울을 보지 않아도 완벽할 것이다.
멍 자국은… 대충 둘러대지, 뭐.
쏴아아아아아- 
귀를 적시듯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