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황제가 내게 집착한다> 원고
제이미르

1화

“테리다 공작가의 영애, 유스티아 테리다는 고개를 들라.”
서늘한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반사적으로 검을 잡으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유스티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선명하도록 붉은 융단이었다. 그 위로 꿇린 무릎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뒤로 묶인 손목에 경미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일자로 길게 깔린 붉은 융단의 끝, 마법사와 드워프들이 공들여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빛을 반사하는 거대한 황금색 의자.
그 높은 단상 위에서, 한 남자가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나른히 기댄 채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찬란히 빛나는 은발 아래로 드러나는 짙은 녹안.
유스티아는 숨을 삼켰다.
에페레스코 제국의 황제, 카일 제샤르 에페레스코.
황제는 턱을 괸 채 유스티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느긋하게 열렸다.
“공녀의 죄는 알고 있겠지.”
“죄라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스티아는 간신히 말을 끄집어냈다. 그녀의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갔다.
어쩌다가 여기 잡혀 왔지? 머리카락 색은 또 왜 이 모양이야. 분명 히스가 주는 약을 먹었고 실수도 없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황제는 여유롭게 읊조리며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의 짙은 녹안이 섬뜩하게 빛났다.
“황실을 농락하고도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공녀는 보기보다 참 순진하군.”
“그게 무슨…….”
“정체를 숨기고 도적질을 한 죄.”
황제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를 들은 유스티아의 몸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황제가 일어나 천천히 단상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의 입가가 비뚜름하게 기울었다.
“그로써 제국을 능멸하고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귀족들의 재산을 갈취한 죄.”
어떻게 알았지? 그게 나였다는 걸. 실수한 적이, 있었던가.
유스티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