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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34세 노지한.
10년 전, 불행하게도 오메가로 발현하였다.

98%의 베타에 들지 못하고 그나마 1.2%인 알파에도 들지 못하고, 겨우 0.8%인 오메가가 되다니.

비율은 차치하고, 난 형질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난 영원히 베타이고 싶었다고!

그러나, 나 노지한은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발현을 깨닫자마자, 히트 억제제, 페로몬 억제제를 복용하였고, 덕분에 무시무시한 히트 사이클도 겪어본 적 없고, 알파에게 들킨 적도 없다.

물론, 의심은 받곤 한다.
내가 좀 예쁘게 생겼어야지.

내 입으로 말하는 거지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난 열 살 어린 동생과 친구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고, 큰 눈에 비율 좋은 얼굴을 가진 미인이니까.

세상은 점점 줄어드는 형질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별 무관 베타는 베타끼리, 형질자는 형질자끼리만 연애와 결혼을 허락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베타인 척 살다 보니 베타가 꼬일 수밖에 없고, 난 그 베타조차 물리쳐야 했으므로, 10년째 애인이 있는 척 꾸며왔다.
그러면 누구를 만나냐고? 외롭지 않냐고?

전혀.

난 발현 이후, 아무하고도 연애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렇게 평온한 베타 라이프를 즐긴 지 10년째 되던 해.

내가, 먹히고 말았다.
정말…… 제대로 먹혔다.

러트인 알파한테.

1.

한겨울 저녁 여섯 시 반, 태양이 이미 져버린 것을 거부하듯 호텔 연회장에는 눈이 시릴 만큼 밝은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름다웠을 클래식 음악은 사람들의 수다에 눌려 존재감을 잃었고, 몇 시간 전 가위에 잘려 생을 마감한 꽃들이 연회장 곳곳, 심지어 곧 음식이 올라올 원형 테이블 위에서까지 마지막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는 MJ물산 홍보팀 팀장 아들의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다.

지한은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한 후 주변을 둘러봤다. 웃고 떠드는 얼굴들 사이사이로 공통점이 하나 보였다. 다들 여기 있기 싫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