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실종으로부터

001.

신의 사자가 죽었다. 사방으로 사지가 찢겨 온전한 형태를 유추하기 어려운, 아주 처참하고 참담한 모습의 채로. 제국 에스구에라의 건국 500주년을 기념하는 건국제의 첫날이었다. 수많은 제국민과 관광객들이 왕도 사그라다에 모여든 축제의 시작은 언제나 화려하고 특별했으나 건국 이후 최초로 강림한 성스러운 신의 전령에는 모두가 경외감 그득한 찬양과 환호의 눈물을 흘리며 격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인파가 환희에 빠진 광경이 마치 꿈이라도 되는 양, 성스러웠을 그 신의 사자는 고작 반나절 만에 탁한 은빛의 피로 범벅되어 흉흉한 고깃덩이가 되었다. 지상의 것들과는 다른 그 특별한 피의 색마저 신성한 존재의 죽음을 알리듯 해 더욱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커윽, 컥, 켁!”

비릿함을 넘어선 역겨운 피 칠갑의 냄새가 짙은 밤 내내 고귀한 서약의 방을 삼키는가 싶더니 어느덧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 언저리였다. 그 폐부를 장악하는 메스꺼움에 꿈틀거리며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시체의 일부로 착각할 만큼 죽은 듯 고요히 웅크리고 있던 마른 여성이었다. 은빛 피 웅덩이에 섞여 쓰러져있던 그녀는 깨어남과 동시에 막 기도가 트인 사람처럼 컥컥거리며 숨을 뱉어냈다. 남루한 행색 따위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피를 뒤집어쓴 검은 머리의 여성은 오랜 시간 감고 있던 가늘고 긴 눈을 껌벅거렸다. 정확히는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시야를 방해하는 불쾌하고 미지근한 액체에 가로막힌 답답함이 익숙하단 듯 무던히 그러했다. 그녀는 주변의 고요가 평소와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으나 으레 대신전의 사제들이 해오던 교화 의식(을 빙자한 괴롭힘)이리라 치부하고 있었다. 걸레 빤 물이나 식어 빠진 곡물죽을 뒤집어쓰는 일이야 그녀의 지독한 일상에 비일비재한 일이었기에. 그 굳건한 포기로 인한 믿음은 그녀의 상상력을 옹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체의 피를 뒤집어쓴 자신을, 상상보다 더한 현실을, 전혀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에만 다급해져 손을 버벅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