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요한 공작저. 
결혼식을 갓 마친 부부가 첫날밤을 치르고자 준비된 침실 방.

그곳에서 비에른은 오늘 맞이한 아내를 위해…….

“가문끼리 이익 관계를 위한 정략혼이란 걸 알고 있겠지?”
“‥‥‥?”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으니, 남편의 의무 따위 바라지 말도록. 침실 방에 들어온 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이다. 이상한 말 나오기 싫으면 똑바로 행동하는 게 좋을 거다.”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오늘부로 커너 공작의 부인이 된 비비안……. 남편의 말에 무슨 개뼈다귀인가 싶지만.

“여기 어디? 누구세요?”

더 개뼈다귀 같은 헛소리를 입에 담았다. 비에른은 비비안의 물음에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상대하는 것조차 환멸스럽다는 듯 뒤돌아서 나갔다.

텅 빈 침실 방에 남은 비비안은 자신을 내려다봤다. 하늘하늘한 슈미즈가 딱 봐도 잡숴 드십시오, 하는 옷차림이었다.
방금까지 헛소리를 지껄였던 그녀는 차분하게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어둑한 저녁에 몇십 개의 촛불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힘 좀 썼네?

하지만 그거보다 중요한 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내가 아니잖아.’

2분 전까지 엄연히 아시아 핏줄인 한국인이 서양인으로 바뀔 가능성은 제로였다. 그럼……?

“빙의?”

친구가 알려줬던 클리셰에 빙의했다. 

***

그녀에게 12년 동안 함께했던 절친이 있었다. 절친의 취미는 로판 웹소설을 독파하는 건데 여기에서 하나 추가한다. 품평도 아끼지 않았다. 

- 무난한 클리셰 정석 작품인데. 아무것도 모르면 입문작으로 시작하기 좋아.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영업도 뛰었지. 

- 별로 관심 없어.
- 제발. 딱 한 번만 봐줘라. 너한테 웹소 추천해 주는 건도 10년째야.
- 10년 동안 안 봤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10년 동안 영업 뛰었으니까 될 때까지 해야지!

눈을 부릅떴던 친구는 한참 설명을 이어갔고…….

- 알았어. 한 번 봐볼게.
-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