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장례식은 끝났다
  하늘이 찢어진 듯했다. 제국 역사상 가장 흉흉한 날로 기록될 오늘, 황후 레이나의 장례식을 애도하듯 폭우는 아침부터 르제노엘 대신전의 지붕을 뚫을 기세로 퍼부어댔다.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 신전의 첨탑을 집어삼켰고, 세상은 온통 물 비린내와 축축한 흙냄새로 진동했다. 검은 우산을 쓴 귀족들이 회색 파도처럼 신전 앞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수천 명의 인파 속에서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그저 빗소리에 묻히지 않고 신전 안쪽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 같은 파열음에 몸을 떨 뿐이었다.
  쾅―! 와장창!
  황금 촛대가 대리석 바닥을 굴렀다. 수천 송이의 백합으로 장식된, 제국의 국모를 위한 고귀한 제단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꽃잎은 으깨져 바닥에 짓이겨졌고, 성스러운 향유 냄새 대신 비릿한 혈향이 공기를 채웠다.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은 이미 광인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나 다름없었다.
  “비키라고 했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지옥의 밑바닥에서 긁어 올린 듯한 그 음성의 주인은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 카일렌 르제노엘이었다.
  대륙을 통일하고 수많은 왕조를 피로 씻어낸 전쟁의 신. 인간의 감정 따위는 태어날 때부터 거세된 것 같던 그 무심한 사내가, 지금 핏발 선 눈으로 관을 노려보고 있었다.
  “폐, 폐하! 제발 멈추시옵소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황후 마마의 안식을 방해하지 마시옵소서!”
  대신관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카일렌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등 뒤로는 굳게 닫힌 흑단나무 관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난산 끝에 아이와 함께 숨을 거두었다는 황후 레이나의 관이었다.
  카일렌의 손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맨손으로 제단의 유리 장식장을 깨부순 탓이었다. 손등이 찢어지고 살점이 패였지만,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피 묻은 손으로 헝클어진 흑발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금안. 타오르는 듯한 황금빛 눈동자가 이성을 잃고 번들거렸다. 그 눈빛은 슬픔에 잠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