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선배, 손 좀 놓고 얘기해요!!”
“야, 우림아. 한 번만 살려주라. 응? 너 없으면 진짜 펑크야. 내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너 오늘 쉰다며!”

하늘을 가르며 내리쬐는 햇볕 아래, 강남 도로 한복판의 사람들은 분주했다. 

단정한 셔츠를 걸치고 커피 한 잔을 쥐었지만, 어느 광고 카피인 ‘커피 한 잔의 여유’와는 달리, 여유보다는 생존이 걸린 전투 식량 같았다. 각자 자신의 전투 채비를 마친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가기 바빴다. 

서우림도 그랬다. 단정하게 세팅된 단발머리와 차분한 핑크 베이지 톤의 H라인 원피스. 

JBC 기상캐스터인 그녀는 남들보다 단정한 복장과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그 탓에 우림은 누가 봐도 전투 채비를 마친 바쁜 사람들 무리에 속해 있었다. 손에 쥔 커피도 그 방증에 힘을 보탰다. 

우림의 베이지색 펌프스가 햇빛에 달궈진 보도블록과 부딪히며, 규칙적으로 또각또각 소리를 냈다. 그런 우림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건 다름 아닌 환중의 전화 한 통이었다. 

[서우림. 너 지금 강남이야?]
“네? 맞, 맞긴 한데, 그걸 어떻게 알았,”
[강남 어디?! 바로 갈게. 야! 인터뷰어 구했어. 빨리 세팅해! 아직 안 망했어!] 

환중은 우림이 졸업한 학교 미디어학부 선배이자, 우림과 같은 JBC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피디였다. 환중은 전화를 하자마자 우림의 위치부터 따져 물었다. 

우림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환중은 ‘급하다, 고맙다, 최고다.’를 연달아 외치고는 섭외를 마쳤다는 듯 우림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아니, 생방송이라면서요. 저 아는 것도 하나도 없는데, 인터뷰를 어떻게 해요!”

도착한 환중이 쏟아낸 말은 프로그램 인터뷰를 담당하는 고정 인터뷰어가 갑작스레 펑크를 내서 대타를 맡아달라는 이야기였다. 

기상캐스터가 대중음악 프로그램 인터뷰를 맡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림은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