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백성을 책임지려는 것이냐? 아직도 왕족 노릇을 하려 드는군.”

혁범의 미소가 비틀렸다.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겠소. 백성은 왕실을 섬기고 왕실은 백성을 보듬는 것이오.”

혁범의 시선이 선우현을 꿰뚫었다.

‘감히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가.’

조금 전까지 그가 왕세자였다 하나 혁범은 그의 건방진 언사를 묵과할 수 없었다.

‘네가 뱉은 말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주마.’

“너의 인정이 어디까지 미칠는지 지켜보겠다.”

혁범이 걸음을 내디뎠다.
용체가 선우현을 향하며 두 사람의 간격이 좁혀졌다.

혁범은 그의 눈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눈앞의 애송이는 담담한 듯 서 있었지만,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혁범은 그 떨림을 틀림없이 보았다.

어른을 흉내 내는 그 어리숙한 모습에,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죄인 하나가 벌떡 일어나 둘 사이를 가로막았고 혁범은 망설임 없이 그의 어깨를 힘껏 밀쳐 냈다.
당장 죄인의 머리를 자르지 않은 것은 다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혁범의 시선은 바닥에 쓰러진 죄인을 스치지도 않았다.

혁범과 선우현, 두 사람이 마주 섰다.

혁범의 그림자가 그보다 한 척은 작은 듯한 선우현을 덮었다. 혁범이 7척에 가까우니 6척 정도 될 듯했다.

가까이서 보니 상투를 튼 녀석의 얼굴이 참으로 고왔다. 눈꽃을 닮은 제 어미의 얼굴 그대로였다. 맑은 눈에 곧은 코, 붉은 입술을 보는 순간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그 맑은 눈은 혁범을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자신에게 굽히지 않는 태도.
그것이 머리 뿌리까지 잡아당기는 듯 혁범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네가 몸소 시중을 들겠느냐. 그러면, 여기 있는 자들 한 사람도 해치지 말라 명하겠다. 어떠냐. 이래도 왕실 노릇을 하겠느냐.”
“저하!”
죄인들의 울음이 정전을 메웠고 선우현의 눈빛이 요동쳤다.

‘그럴 테지.’

혁범은 비소를 흘렸다.

왕세자의 품위를 지키자면 시중을 들지 못할 게 분명하였다. 백성을 위한다는 선우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