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에게 물리면> | 유혈목이

0. 프롤로그
눈을 떴을 땐 처음 보는 방 안이었다.
한쪽 발목에 차여진 사슬로 된 구속구.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에 가릴 만한 건 두껍고 폭신한 이불 한 장. 단단한 킹사이즈 침대 말곤 아무것도 없는 빈 방.

음! 납치 감금 당했군.

뻔한 수법이다. 지금껏 수도 없이 겪어보고 봐왔던.

사흘이면 충분하려나?

유민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주위를 살피곤 탈출 예상 일자를 계산했다. 
이런 일쯤이야 익숙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는.
그는 …
그는 . . . ?

썅,

한 입 크게 베어 물린 사과라도 된 양 어느 것 하나 기억나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이름, 나이, 그리고 . . . 

“깼어요?”

처음 들어 보는. 아니-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우리 도련님 머리가 아주 제대로 고장 난 모양이네.”

나른한 화려함을 풍기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어느샌가 방으로 들어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죽일까~ 하다가 문득 예뻐 보이길래, 잔뜩 먹어치우고 죽이려고 데려온 건데.”

누구지 이 새끼?

그니까 그걸 마음속으로만 말했어야 했다.

“누구지 이 새끼?”
“어라. 고장 난 게 아닌가? 말투가 너무 서유민 같은데.”
“서유민 맞는데?”

아마 맞을걸.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제 이름이 서유민이라는 것. 그거 하나였다.

“이름은 기억나요? 잘됐네. 잊었으면 새로운 이름이라도 지어줘야하나 고민했는데~”
“응. 나는 서유민이고, 너 새낀 누구야?”
“여우.”
“여우?”
“림.”

화려한 남자가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여우림.”

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영 모르겠다는 듯 눈으로 물음표를 그리자 여우림이 씩 웃었다.

“키스해도 돼요?”
“죽을래?”
“하하, 죽는 건 도련님이고.”

이 새끼 진짜 뭐지?
이번에 날 납치 감금한 사람은 개또라이 키스살인마군. 
무조건이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