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94년 9월. 벨루아 왕국의 북쪽, 로슈포르 백작령.

엊저녁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지금까지도 지루하리만치 내리고 있었다.

잿빛 바위산은 비에 젖어 검게 물들고, 사위는 어둑했다. 로슈포르의 백작령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 강 위, 돌다리 앞에 자리 잡은 초소에서 병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을 적시는 빗줄기도 그러했지만, 돌다리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뤽은 다리 밑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절벽 아래 굽이쳐 흐르는 거무튀튀한 물줄기 탓에, 아래는 괴물의 아가리 같기만 했다. 

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벨루아 왕국. 왕국의 북쪽 경계를 책임지는 로슈포르의 이른 가을비는 병사들의 체온을 훅 떨어뜨려 놓았다. 

곧 있으면 교대 시간이야. 조금만 더 견디자. 목을 움츠러트리고 손바닥을 열세번쯤 비볐을 때. 저 멀리서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추적추적한 빗속. 나귀인지 작은 암말인지 모를 걸 타고 모포를 둘러쓴 이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뤽은 동료 병사와 함께 재빨리 초소를 내려왔다. 그 사이 동물 위에 탄 이는 돌다리를 느릿하게 건너 이미 초소 앞에 당도해 있었다. 

“멈추시오. 신분을 밝히시오.”

그들은 창을 들고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말 위의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비에 축 젖은 짙은 모포 틈에서 드러난 건 퀭한 두 눈뿐이었다. 여자? 아니면 소년?

뤽은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을 보이시오.”

그러자 그 자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코 아래에서부터 입까지 가리고 있던 걸 내렸다. 드러난 얼굴에 뤽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오른 뺨에 크게 화상 자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는 동안 사고라도 당했는지, 상처는 치료를 받지도 못한 듯 흉측하기마저 했다. 뤽은 퉁명스레 턱짓했다. 

“통행패를 보이시오.”
“들어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달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이곳의 지휘관을 뵙고 싶습니다.”
“뭐?”

뤽은 기가 찼다.

“아니 당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