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문은 연재 기준 1~14화 수록입니다. 

들어라.
지혜를 타고났으나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 자여,
그대는 알게 되리라.

신의 피는 축복이자 벌이니,
그대가 그것을 마신 날—
죽음은 그대를 외면하리라.

죽지 못한 생은 점점 무너지고,
사랑은 갈망할수록 더 깊이 부서지며,
빛을 품을수록 그림자를 낳고,
스스로 더 깊은 어둠을 길어 올리리라.

영원히 시들지 못한 꽃은
슬픔을 잉태한 채 눈물 맺히고,
뛸 수밖에 없는 심장은
안식 없이 저주를 삼키리라.

결국,
그 존재는 기억되지 않으리.

단 하나,
멸망조차 품은 자는
마지막엔—
구원이 아닌 재앙의 이름으로 기도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종말은 찬란하리니.

무너지는 모든 것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리라.

***

한때 이 대륙은 신의 숨결이 스며든 푸른 빛 아래 고요히 번영했다. 그 중심에 선 벨카디아 제국은 신의 발걸음이 닿은 곳마다 여전히 자취가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북쪽의 산맥은 칼날 같은 봉우리를 겹겹이 세워 검은 폭풍조차 손끝 하나 대지 못했고, 서쪽의 사막은 제국의 경계 앞에서 발톱을 거두었다. 바다는 없었으나 동쪽은 해안을 낀 동맹국과 맞닿아 있었으며, 남쪽은 끝없는 평야가 바람결마다 물결쳤다.
사계절은 거짓 없이 돌아왔고, 비는 제때 대지를 두드렸으며, 곡식은 해마다 풍요로이 익어갔다. 그 모든 질서의 한가운데, 인간을 사랑한 '신'이 있었다.
그를 정확히 아는 자는 없었다. 어떤 이는 빛이 머무는 자라 불렀고, 또 다른 이는 침묵 속의 이방인이라 불렀다. 그는 성스러운 사원에도, 황궁의 금빛 천정 아래에도, 교황의 권좌 곁에도 머물지 않았다. 언제나 그의 발걸음은 작고 조용한 마을, 낡고 어두운 뒷골목,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그늘진 삶 속에 있었다.

***

그해 늦여름. 햇살이 묵직해지고 바람 끝이 바스락거리며 방향을 틀던, 계절이 끝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산자락 아래 자리한 작은 마을의 성직자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