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더라. 
이틀 전 학교 정문 앞에서 여자 친구. 그러니까 이제는 전 여자친구의 울음 소리에 몰려드는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내 귓가에서 사라질 때쯤이었을까?
먹먹해졌던 귀가 조금 가벼워졌을 때 나는 달리는 고속 버스의 창밖과 마주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도착한 터미널에서 나는 또 다시 버스를 갈아 탔다. 
내가 다시 도착한 터미널에서 더 이상 갈아 탈 버스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모든 전등이 꺼진 버스 터미널 앞에서 쪼그려 앉았던 나에게 잘 곳을 제공해 준 것은 허리가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였다. 
나는 그것을 인연으로 숙박비 대신 노파의 밭 일을 거들어 주며 주말까지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주말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점점 불어나네…….”

나는 출발하기 전 노파에게 잠시 주변을 산책하고 오겠다며 나선 참이었다. 
노파는 어젯밤 내내 비가 내린 탓에 하천의 물이 언제 불어날지 모르니 근처로는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달래며 걷느라 그 말을 잊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번의 연애 끝에 남은 나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저 상대방이 원해서 사귀기 시작했더라도 나는 데이트를 할 때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그녀들이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나에게 대놓고 키스를 원할 때면 뭐라 할까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너랑 있으면 내가 되게 매력 없는 사람 같아.”

내가 만났던 여자들의 마지막 말은 신기하게도 같았다.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로를 탐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지고 이전 여자친구들이 대놓고 나를 유혹해 와도 내 중심은 발기 하기는커녕 더 시들해졌다.
사귀는 사이에 스킨십이나 섹스가 당연하다고 내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