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네비에브의 에덴 

죽어야겠다. 

제네비에브 백작이 죽은 후, 그의 딸 에덴은 다짐했다. 
그의 사망과는 무관한 결심이었다. 
어차피 진짜 아버지도 아니었다. 

"영향이 아예 없었을 리가 있나요? 백작 덕분에 누릴 수 있던 게 많았을 텐데요." 

심문관이 묻자, 에덴이 신음 섞인 웃음을 흘렸다.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었죠…. 하지만 전 여기에 있고요."
"오해 마시길. 편견은 없습니다."
"고맙긴 했어요. 그 인사를 전할 기회가 살면서 네 번 뿐이었다는 게 아쉬웠을 만큼요."

광활한 어둠 속의 연극스러운 대화들. 
삶의 끝이 그러하듯 비현실적이고, 불분명한 과정이었다. 

"역시나 에덴 양께서 이곳에 계신 건, 에덴 양의 '언니' 때문이군요?"

에덴이 멈칫 거리자, 심문관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아아, 어디까지나 인간 세계의 행정적 기준이 정한 호칭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아무튼 복잡한 종족이라니까. 
작은 투덜거림을 들으며 에덴은 가만히 목을 가다듬었다. 
귀 기울여주는 자가 이토록 사람을 들뜨게 할 줄이야.
찬장 구석에서 주석함을 찾은 듯, 신이 났다.  
안에는 아마 달콤한 사탕이 들어 있겠지.   

"누구도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용광로에 몸을 던진 분 치고는 여유롭군요."

심문관이 작게 혀를 찼다. 

"좋습니다. 이 시간부로 에덴 제네비에브 양의 사망을 공식으로 인정합니다."

선고를 들으며 에덴은 생각했다.
천국엔 못가겠지. 신실한 성도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지옥은 아닐 거야. 늘 거기에 있었잖아? 
적막 속에서 펜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슥, 슥. 종이를 긁던 움직임이 멎고.

"축복받지 못한 탄생은 사실 흔합니다. 특권을 얻지 못한 자들은 대부분 그러하고, 그들은 전 인류 중에 절대 다수이지요. 이제는 사생아라 해도 나름 권리를 챙기는 세상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물론 성별에 따른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요."

잠시 뜸을 들이던 심문관이 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