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짤랑짤랑
 무구를 흔들던 커다란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덩달아 호흡까지 멈출 것만 같은 오묘한 분위기가 작은 신당 안을 메웠다. 
 "언니야 올해 삼재 끝이네."
 그거야 사주만 봐도 나오는 거고.
 그렇지 않아도 찢어진 눈이 아이라이너를 덧그려 더 매서워 보였다. 간드러진 어투에 반해 복숭아씨를 삼킨 듯 툭, 튀어나온 목젖이 꿀렁거리며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내년부턴 운이 트였다, 트였어. 이동수도 보이는 거 보니까는 문서 쥐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하게 생겼어!"
 그래, 운이 트였다는 부분까지는 귀가 확 트이고, 눈이 홉 뜨였다. 그러나 문서, 좋은 집, 좋은 직장이 나오는 순간 맥이 풀리고 말았다. 차마 상을 뒤집을 수는 없어 상 위에 놓인 종이 공책을 홱 뒤집어엎었다. 공책 위에 흩뿌려진 쌀알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예레이. 개소리."
 "이게 미쳤나!"
 "어디서 약을 팔아 대현아. 너 제대로 본 거 맞아?"
 "너 우리 할머니 무시해? 어디서 신을 욕보여? 어?"
 대학 친구 성대현. 졸업도 전에 찾아온 신병으로 1년을 꼬박 앓고 신내림을 받은 나경의 유일한 친구였다. 
 "신을 욕보이는 건 너고. 내 사정 빤히 아는 놈이 어디서 이빨을 까."
실로 그랬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가 노름에 빠져 사라진 뒤, 엄마는 그녀가 열 살이 되던 해에 함평에 홀로 사시는 친할머니에게 떠맡기듯 버리고 떠났다. 
시장에서 건나물을 팔아 꼬작꼬작 쌈짓돈을 모아 나경을 대학까지 보낸 할머니는, 그녀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장티푸스로 한 달을 꼬박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하늘도 너무 하시지. 할머니가 작고하신 지 몇 년 되지 않아 두 번째 상을 치르게 되었으니. 그치는 바로 노름에 빠졌던 아빠 되시겠다. 십 년이 지나 들려온 아빠의 소식은 참담했다. 
그저 노름에 빠져 빚에 허덕이며 살아간다고만 전해 들었으나, 지병까지 앓고 있었단다. 오랜 세월 지병과 빚에 시달렸으니 마지막 기억으로도 뼈만 남아 말랐던 아빠가, 그 긴 세월을 버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