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빛에 누운 꽃!

01. 저승사자 여이문!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설나국.

산 속 홀로 있는 우리집 마당에도 어스름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마당 끝에 딸린 허름한 광에 갇혀 닷새 째 물 한 모금, 곡식 한 톨, 먹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오설아! 

난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눈가엔 생의 끝자락에 다다른 설움이 눈물로 맺혔다.  

먼저 간 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버지, 도준 오라버니. 흑흑흑.”

차디찬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난 벽에 등을 기댄 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아직 어두컴컴한 광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쌀과 채소를 보관하던 항아리와 광주리가 텅 빈 채로 흐릿한 윤곽을 드러냈다. 흙 벽은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속살이 훤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정겨웠다.

십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난 가족 중에 남은 유일한 여자였다. 

그때 내 나이 겨우 열 한 살이었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지만, 살림살이는 내 차지가 되었다. 

그때부터 쌀과 식료품 그리고 생필품을 보관하는 이 광에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을지는 말해서 무엇하랴. 

"풉!"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맞닥뜨린 현실이 너무나 어이없고 잔인했으니까. 

그럼에도 난 여길 벗어날 힘이 없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결국 광에서 죽네.”

'별장'이셨던 아비 오삼석은 지난 이십 년을 약초 꾼으로 살았다. 

그는 관직을 내던지고 현 국왕에게 살해된 선왕 박현의 두 아들 도준과 희준을 지키고자 선택한 고행의 삶이었다. 

나와 어머니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아버지의 결정으로 우린 험난한 삶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와 내 부모가 첩첩산중 외딴 집에 살게 된 이유다. 도준과 희준 두 왕자는 신분을 숨기고 내 오라비가 되었다.

장날이 되면 아비는 산에서 채취한 약초들을 짊어지고 장터로 향했다. 거기서 약초를 팔아 쌀과 여러 생필품을 사서 돌아왔다. 

깊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