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이혼해 줘요.”
주제넘은 말을 내뱉은 자는 남편의 숨겨진 정부라 불리는 여성이었다.
클로디아는 눈앞의 상대를 멍하니 응시했다. 찻잔을 잡은 손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미세하게 떨렸다.
“리사베타 남작, 공작부인 앞에서 이 무슨 무례한 언행입니까!”
뒤편에 서 있던 클로디아의 하녀, 델라가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하녀 따위가, 어디 대화에 끼어들어!”
그러자 되려 성을 내는 상대.
“뭐라고요? 누가 누구에게…….”
“델라.”
클로디아가 손을 들어 하녀의 행동을 막았다. 
하지만 델라가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레테 리사베타.
하녀 출신으로 하이모어 공작가의 장남과 결혼해 남작위에 올랐다.
‘공작가의 차남인 내 남편의 형수…… 이기도 하지.’
어쩌면 정부라는 소문이 맞을 것이다. 그녀 때문에 클로디아의 결혼식 피로연은 엉망이 되었고, 신혼여행은 가지도 못했으니.
“어차피 그를 사랑하지도 않으시잖아요.”
그레테의 눈꼬리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가 알기나 할까.
남편을 소원하며 썩어 문드러진 클로디아의 지난 시간을. 그녀는 그레테가 남편을 모를 때부터 그를 사랑했다.
황태자의 혼약자로 정해진 델라리오 공작가의 영애로 태어나, 가문을 위해 결코 드러내지 못할 사랑이었다…….
“리사베타 남작. 나는 하이모어 공작부인입니다. 그리고 델라리오 공작가의 백작위를 상속받은 자이기도 하지. 이런 무례한 말을 참고 들어줄 이유는 전혀 없군요.”
오만하고도 당당한 어조.
클로디아는 홍차로 마른 입술을 살짝 적시고 말을 이어 나갔다.
“작고하신 선대 공작 각하를 위해 여태껏 남작의 행동을 전부 참아 주었지만, 이제 이 배려도 여기까지입니다. 방금 들은 말을 들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마지막 배려로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하지요.”
“그렇다면.”
그레테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한 아이의 엄마로 말씀드릴게요.”
저 말을, 막아야 한다. 
아니, 들어서는 안 된다. 
“리사베타 남작. 저희의 이야기는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