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불씨 붙었어요.
저자. 퍼센티지

프롤로그.
01.
02.
03.
04.

프롤로그.

“이 깡통을 뒀다가 뭐하냐? 틀어봤자 얼마나 돌아간다고.”
남자가 구두 코로 툭툭 제습기를 건든다. 가뜩이나 오래 된 거라 잘못 건들면 이상한 소리를 내는 물건이었다. 반지하에서 귀한 게 제습인데. 
지효는 대성의 발짓을 흘겨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부자리에 누운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다. 촌스럽지만 값은 싼 꽃무늬 이불만 끌어당긴 채 몸을 웅크렸다.
지효의 시선이 시계에서 천천히 돌아간다. 갑자기 들이닥친 남정네만 족히 넷은 되었다. 그 중 익숙한 낯이 있다면 단연코 대성일 것이다. 임효재가 지효의 앞으로 사채를 쓴 뒤 인사치레로 얼굴을 비추던 남자였다.
말리지 않은 지효의 머리칼이 볼과 어깨에 달라붙었다. 머리를 말릴 기운 조차 없어 피곤한 몸을 뉘고 싶었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더니만.
 안 그래도 장마철이라 반지하는 습하다 못해 끈적했다. 습기에 자라난 곰팡이가 장판을 타고 올라와 벽지에 슬금슬금 모습을 보일 때였다. 축축한 장판 위로 남자의 구두굽 탓에 까맣게 번진 게 눈에 띄었다.
“남편은 어디 가고 마누라만 있어.”
“연락 안 된 지 일주일은 넘어요.”
한참 다물고 있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대성은 픽 웃으며 목을 긁어 가래를 모으더니 이부자리 근처에 뱉어냈다.
“그럼 마누라 데리고 가면 되겠네. 돈이 밀려도 너무 밀리잖아.”
“…….”
며칠이 지났다고 돈이 밀린다 타령인 건지. 하지만 사채업자에게 시간은 돈이고, 조금이라도 더 떼먹는 것이 이득이란 걸 알고 있다. 입맛을 다시는 대성과 눈이 마주칠 때면 지효는 이불 속에 숨긴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힘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몸을 떨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데려갈까요.”
자리만 지키고 있던 사내들이 대성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의 입에서 ‘그래’ 혹은 ‘어’ 라는 짧은 대답만 튀어나와도 지효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것이다. 데려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