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마이디팟) 투고_원고 (공포 약 12만 자)

녹음의 서재 

1. 프롤로그

“삼촌, 그러니까아. 나는 진짜 걔가 좋았어.”

한참 동안 달궈지다 점점 온기를 잃어가는 불판 위에는 몇 개 남지 않은 삼겹살이 바싹 구워지다 못해 타들어 가고, 그 옆으로는 텅 빈 초록색 술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저 많은 술을 혼자 다 마신 것 같은 지완이 벌게진 얼굴로 해준을 바라보다 잔뜩 꼬인 혀로 웅얼거렸다.

“보고 싶다. 삼촌.”

해준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술주정을 부려대는 조카 놈의 볼을 쭉 잡아당겼다.

“삼촌을? 귀여운 놈. 보고 싶으면 여기 바로 앞에 있으니까 많이 보면 되지.”
“아! 삼촌 말고오! 민영이! 민영이 정말 많이 보고 싶다고. 흑.”

급기야 지완은 좁디좁은 은색 테이블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다 큰 사내가 실연을 이유로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열댓 살 어린 조카 놈이라지만 참으로 꼴불견이었다. 해준은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혀를 끌끌 차대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오가며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풋풋한 커플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인데 캠퍼스에서 제일 예쁘고 착하다며 어찌나 자랑을 해대던지. 같이 좋은 곳에 가서 데이트하라며 용돈도 제법 쥐여주었는데 얼마 전 심각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온 지완이 방안에 박혀 나올 줄을 몰랐다.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동물적 직감으로 침대에 우울하게 누워있는 조카 놈을 끌고 나와 술을 먹이니까 그제야 실토한다. 며칠 전에 보기 좋게 뻥, 차였다고. 어떤 징조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했다며.

“헤어진 진짜 이유가 뭐야. 이유를 알아야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조언이라도 해주지.”
“말하고 싶지 않아. 삼촌은 이해 못 해.”

지완아, 이해가 아니고 이유가 궁금해. 두 사람의 이별을 내가 이해까지 해줘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아끼고 사랑하는 조카가 인생 처음으로 겪은 실연으로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데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