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몰랐다.

하룻밤 뒹굴었던 그 또라이를 회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그가 회장님 손자일 줄은.

그리고 내 인생을 흔들어 놓을 줄은.

그날 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 End

. . . 

입에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몸을 늘려도 장시간 비행의 뻐근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걸음을 멈췄다.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비행기가 잘 보이는 창가 옆에 섰다.

휴대전화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눈썹을 들어 올리고, 입술을 살짝 모아 보았다.

조명 굿, 각도 최고, 표정은 말할 것도 없지.

화면 속 모습에 만족하며, 오버핏 반팔 티셔츠가 잘 나오도록 상반신 셀카를 한 장 남겼다.
하지만 이래서는 공항 같지가 않다. 역시 그렇다면…….

전신샷이 필요해!

팔을 높이 들어봤다.
머리만 너무 커 보이잖아.

아무리 해도 마음에 드는 각도가 나오질 않았다.
유리창에 비춰서 찍었더니 유령 같은 흐릿한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화장실에는 전신 거울이 있었지만, 여긴 아닌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항공사 직원이 눈앞을 지나갔다. 럭키!
바로 그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건넸다.

"Excuse me, 사진 한 장만, please!"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비행기가 여러 대 보이는 포토스팟까지 안내해 주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Enjoy your stay in Korea."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Thank you!"

하얀 오버핏 티셔츠에 와이드팬츠, 크록스, 그리고 광택 나는 기내용 캐리어.
코끝까지 내린 선글라스와 귀엽고 뻔뻔한 미소까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MadeIt
#TravelTiredButThriving
#FreshFacedAfterHours
(#도착. #장시간_비행_피곤해. #그래도_내_피부는 살아있어.)

사진 아래 태그를 적고,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는 눈썹을 찡긋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