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꿨다. 기숙사라기 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운 분위기. 서온은 설과 마주 앉아 있었다.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같이 만든 음식을 나눠 먹었다. 설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한동안 말없이 서온을 바라봤다. 

서온은 설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못했다. 말이라도 걸면 곧 울 것만 같아서. 서온이 손을 뻗으려고 할 때였다. 설은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서온은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잠에서 깼을 땐, 설의 방이 비어 있었다. 서온은 열린 설의 방 문틈 사이로 빈방 안을 들여다봤다. 문가에 남아 있는 무화과 향은 날아갈 듯 말 듯 희미했다. 

아직 학적상 룸메이트를 변경한 것은 아니기에 바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지만, 빈방을 보는 건 낯설었다. 앞으로 설이 아닌 누군가와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믿기지 않았다.

룸메이트 아니 친구조차 되지도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서온에게 남아 있었다. 아직 남은 관계의 정의는 누구의 몫인지 알 수 없었다. 

서온은 여전히 설이 좋았다. 설령 그게 어떤 형태인지 불명확할지언정, 좋아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사랑, 동경, 질투, 애정.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었지만, 분명히 서온 안에 남아 있었다. 다만 끝이라는 것이 아직 낯설고 아플 뿐이었다.

서온은 카페 아르바이트 갈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했으니까. 사적인 일을 핑계로 남에게 피해를 더 주고 싶지는 않았다. 서온은 지하철을 타고 한강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달렸다가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서온은 바깥을 바라봤다. 윤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사랑이 끝나면 무너질 것만 같던 세상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손님을 대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꺼내고 다시 설거지하고 주문을 받는 일련의 과정에 익숙해져 있었다. 

드문드문 설이 떠올랐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릴 때면 찬란하게 빛나는 윤슬이 꼭 설 같았다. 구체적이거나 정확한 형태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