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잔인하고 비참하게

네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네가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그때. 가장 잔인하고 비참하게 죽여줄게.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시네마리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건한 땀이 온몸을 적시고 있었다.
“헉헉!”
악몽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꿈에 불과했다.
시네마리는 고개를 돌렸다. 해가 뜨기 위해 꾸물거리는 빛이 그녀의 눈 속에 아른거렸다.
시네마리는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읊조렸다.
“아버지를 죽인 그놈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땀을 흘려서인지 그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종을 울렸다.
새벽녘이었지만 저택의 사용인은 그녀의 침실 앞에서 쪽잠을 잔 것인지 종소리에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옷을 다시 준비해 드릴까요?”
그녀의 손에는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시네마리가 종을 울린 이유를 아는 것처럼 보였다.
시네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벗었다. 몸에 난 상처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공작의 몸이라고 보기에는 성치 않은 상처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상처들은 그녀의 역사였다.
그녀의 살아온 세월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몸을 시네마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학대한 아버지, 마물 사냥을 나갔다가 마물에 당한 것까지 그녀의 것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해 드릴까요?”
사용인은 싱긋 웃음을 보였지만, 시네마리의 표정에는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몽에서 잠을 깨, 흠뻑 젖은 잠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그것이 시네마리의 하루의 시작이었다.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상태는 나아지지도 더 심해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그녀의 아버지이자, 프로잔트 공작 가문의 전 공작인 네오란드로의 죽음 이후였다.
매일 밤 시네마리는 그녀의 아버지인 네오란드로가 죽는 그날로 돌아가고 있었다.

* * *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